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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옵션, 탈기독교 시대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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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베네딕트 옵션> 로드 드레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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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옵션> _탈기독교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선택 

 


보수 언론인, 로드 드레허

 

저자인 로드 드레허는 소위 바이블벨트라고 불리는 미국 루이지애나 출신이다. 자유 시장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분위기,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복음주의 분위기는 그에게 당연하며, 이런 시각은 이 책 전반에서 저자가 전제하는 기독교의 가치 혹은 윤리와 맞닿아 있다. 이는 저자 개인만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저자는 감리교인으로 자라 가톨릭을 거쳐 현재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로, 루이지애나 배턴루지에서 정교회 교회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복음주의자들과 분리하기도 하고 우파 포퓰리즘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전반적인 주장의 겉면을 보면 그가 근본주의적인 복음주의자들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저자의 독특한 입장을 파악하려면 책을 세밀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드레허를 볼 때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그가 신학이나 종교철학 등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언론학을 공부했고, 아메리칸 컨서버티브라는 보수주의 매거진의 편집인으로 있다. 이전에도 여러 언론 매체, 비교적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이나 엘에이타임스같은 세속 매체에 종교, 문화, 영화 비평 등의 글들을 꾸준히 기고했다. 미리 말하면, 이런 저자의 글쓰기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근거가 될 신학적역사적 배경 설명을 읽기 쉽게 서술했는데, 이는 곧 자신이 다루는 사안을 단순하고 성급하게 요약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구 사회가 신앙을 상실하게 된 이유를 14세기에서 20세기까지 이어지는 유명론의 등장,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산업혁명, 성 혁명 등의 흐름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말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규칙적이고 평범한 교리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실제 삶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히는지, 탈기독교 시대에서 어떤 언어로 어떤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지 매우 실질적인 고민을 보여줬다는 점, 베네딕투스의 규칙서 등 기독교 전통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글과 주요 신학자들의 글을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 줬다는 점은 분명 저자가 지닌 큰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한때나마 보수 정권에 기대했던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발견했는지도 목격할 수 있다.

 


탈기독교시대의 상징, 오버거펠 대 호지스 판례

 

베네딕트 옵션을 주장하는 드레허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책 출간 배경 및 그때 일어난 사건을 알아야 한다. 먼저는 미국의 현황이다. 저자가 지적하기로는, 이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독교는 도덕주의적 심리 요법적 이신론이라는 유사 종교다. 특히나 근대 이후 자아 개념이 각광받으면서 미국인들은 공동체, 공공선, 객관적인 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지를 놓쳤고, 연달아 기독교를 상실했다. 현대인은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선택으로 문명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진보적인 문명인들은 이런 해방 자체를 더 상위 가치를 따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과학과 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몸까지 이른 통제 욕구는 피임, 낙태, 더 나아가 트렌스젠더리즘까지 수용하도록 했고, 이는 논리적으로 동성 결혼은 물론 복혼까지도 법적으로 승인하게 하리라고 걱정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살면서 앞뒤 꽉 막힌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이런 문화 현황에 편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치적으로도 미국의 상태를 분석한다. 과거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는 국가의 시장 개입 여부의 정도로 나뉘었지, 가치관의 문제로, 더구나 성에 대한 개념 차이로 나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만연한 개인주의 및 사회의 파편화와 더불어 성 혁명이 일어난 결과, 정치적 입장 차이라는 것조차 윤리관의 차이가 돼 버렸다. 그는 이 때문에 기독교가 쇠락했고 전통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적대감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 특히나 2015년 인디애나주의 종교자유보호법에 대한 논란, 그리고 두 달 후 오버거펠 대 호지스 사건이라고 불리는, 수정 헌법에 따른 연방 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의 판례를 들면서, 저자는 미국에서 이제 사회, 문화만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부 자체가 그리스도교에 적대적이라고 해석한다. 정치적인 보수 집단이 결탁해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리스도교를 부활시키지 못할 것이므로 기독교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가 아직도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세우는 우를 범했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연방 정부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오버거펠 대 호지스 판례는 저자를 비롯한 보수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충격을 가했을 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심각한 조급함과 긴박감이 느껴진다. 저자의 표현대로 그들에게 대홍수가 막무가내로 닥쳤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가 들고 나온 대안이 베넥딕트 옵션 운동이며(미국에서는 2017년 출판됐다), 이런 미국의 사회, 문화, 정치적 분위기에서 그의 주장은 어쨌든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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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옵션, 탈기독교시대의 대안인가

 

6세기 기독교 국가인 로마 제국이 타민족에 함락될 때, 은수자로 살다 나와 수도원장이 된 성 베네딕투스와 그의 공동체는 규칙서 등의 수도 전통을 남겼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전통대로 오늘날 탈기독교 시대에 살아 보자는 제안이 베네딕트 옵션이다. 저자는 규칙서가 품고 있는 질서, 기도, , 금욕주의, 안정성, 공동체, 환대, 균형의 정신을 구현하고 새로운 베네딕투스를 키워 내자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가치를 주창하기 위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종교적 욕망이 투사된 특정 정치인을 세워 기독교를 대변하게 하지 말고, 정치와 무관한 대안 공동체, 세속 사회에 대항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기독교의 과거, 특히 교부들과 여러 선생의 글을 다시 찾아 읽고, 예전적 예배로 성례전적 상상력을 키우며, 일상에서 금욕을 훈련하고, 교회 공동체의 징계 체제를 강화하자고 말한다. 이를 실현할 수도원적인 공동체를 가정, 학교, 그리스도인 마을로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미국 안팎에서 베네딕트 옵션 운동을 실천하는 여러 공동체를 사례로 든다.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전 세계는 진보라는 명목 하에 점점 반기독교적으로 흘러갈 것이므로, 이런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연대, 특히 베네딕트 옵션 운동에 의한 연대가 필수다.

 

실패한 신자유주의와 우파 포퓰리즘의 폐해라는 맥락에서 베네딕트 옵션을 국소적인 대안 정도로, 그리스도교의 공동체 운동 정도로 이해한다면 크게 부담 될 것 같지는 않다. 세속화, 개인주의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베네딕트 옵션이 하나의 옵션으로서는 분명 의의가 있을 수 있다. 특히나 신자유주의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고, 여러 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는 인간성을 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했으며, 특정 정치인들은 구원자가 되는 데 실패했으므로, 직접 대항문화와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결론일 수 있다. 요즘 회자되는 프레쉬 익스프레션이나 미셔널 처치처럼 교회 운동의 한 선택지로 고려할 수도 있다.

 

물론, 드레허 자신은 베네딕트 옵션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했음에도, 자신들의 독자적인 경제 체계를 구축한 채 공교육과 반립하는 성격의 기독교 윤리와 실천 중심으로 자녀들을 교육하는 분리 공동체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듯하고 지역 교회라는 장소 중심의 생활만이 결국 바른 일상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아 한계가 느껴진다. 또한 순수주의 같은 독단, 문화와 정치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일상을 표지로 보며 하나님을 상상하고 뜻을 새기는 실재론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긴 호흡으로, 그리고 그런 고민을 구현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반면, 현황에 대한 양적 통계만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은 점, 정치적 색채가 다분한 평가 지표로 분석하지 않은 점, 오히려 인터뷰 등 질적 조사를 근거로 주장을 전개한 점은 매우 높이 살 만하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지언정, 실제 베네딕트 옵션 운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귀 기울이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예민하고 독특한 입장에 선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주장한 베네딕트 옵션을 살아 내려 한다. 여기에는 잘 분석된 연구를 읽고 깨닫는 것 이상의 묘한 감동이 있다.

 

요즘처럼 일상의 중요성이 절실해질 때, 기독교가 물질적 가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추구하며 자랑할 때, 교회에서조차 성공주의가 판을 칠 때, 반복적이고 단순한 기도 생활, 관조와 노동의 조화, 믿음과 행함이 균형을 이루며 금욕과 절제의 공동체 생활을 강조한 베네딕투스 규칙서의 내용은 어떤 식으로든 대홍수 속에서도 함께 폭우를 견뎌낼, 보잘것없으나 끈질긴 힘을 소망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민희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에서 활동한다. 교회 안팎에서 기독교 전통이 제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이 많다. 사막의 지혜(공역, 비아, 2019), 선교를 이루는 영성(성공회브랜든선교연구소, 2019)을 우리말로 옮겼다.


IVP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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