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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욥을 만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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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어떻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게 되셨나요?

부산의 가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수련회 때,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중생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헌신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소그룹을 조직해 성경공부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들어가 제자훈련을 받으며 수련회와 선교한국 등을 통해 공학가로서의 전문 선교사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교회 협동 간사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신학 공부를 하게 된 과정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번도 신학 공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18세기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조나단 에드워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신학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읽고 신학이란 게 단순히 신학교에서 특별한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분에 관한 총체적 지식을 쌓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원래 가졌던 공학 전공이 아닌 신학 공부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신학 중에서도 성서학, 구약학, 그중에서도 지혜서 욥기를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으로 유학을 간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는 D. A. 카슨(Carson)이나 케빈 밴후저(Kevin Vanhoozer) 같은 분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목회학 석사과정 학생들 사이에서는 구약학자들이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데니스 매게리(Dennis Magary), 리처드 에이버벡(Richard Averbeck), 윌리엄 밴게메렌(Willem VanGemeren) 같은 분들의 수업과 설교를 들으며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특히 밴게메렌의 지혜문학 수업과 구약학 방법론 수업들을 들으면서 잠언 9장과 30장에 관해 석사과정 논문 2편을 썼고, 이때부터 구약학을 깊이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약성서 중에서도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가장 극적으로 전달하는 이사야와 욥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박사과정에서 욥기와 이사야 40-55장을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박사과정 학교를 물색하던 중, 영국의 더럼 대학교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당시 미국의 유명 지혜문학 전문가들은 곧 은퇴가 임박했거나 이미 은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더럼 대학교에는 지혜문학의 대가들인 R. N. 와이브레이(Whybray), 제임스 크렌쇼우(James Crenshaw), 로랜드 머피(Roland Murphy), 마이클 폭스(Michael Fox)의 뒤를 잇는 스튜어트 윅스(Stuart Weeks)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구약 신학자(구약 학자가 아닌) 월터 모벌리(Walter Moberly)와 제2성전기 문헌의 대가 로버트 헤이워드(Robert Hayward)도 학교에 몸담고 있었구요. 무엇보다 더럼 대학교의 신학부는 학교 내에 있는 세인트 존스 칼리지와 함께 영국 성공회, 감리교, 가톨릭 소속의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면서도 신학 분야의 학문적 탁월성을 유지하는 곳이었기에 주저 없이 그곳을 박사과정 학교로 결정했습니다.


공부하시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 하나만 들려주세요. 

하나가 떠오르네요. 첫 해, 잠언에 나타난 현숙한 여인에 관한 제 석사논문 지도교수가 모벌리였는데, 잠언 31장을 잠언의 전체 구조와 연결시키고 요한복음 1장과 연결시키는 저의 논문을 모벌리는 매우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당시 외부 채점자였던 윅스가 제 논문을 혹평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벌리는 기본적으로 교회 상황에서 성경 본문을 읽어 내려는 신학자이지만, 윅스는 이집트학을 초기 지혜문헌과 함께 전공한 말 그대로 성서학자였기 때문에 텍스트의 원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죠. 재미있는 일이 박사과정 구술시험에서 생겼어요. 이번에는 윅스가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는데, 서기관 문화와 본문상호관계성에 관한 저의 이론에 무척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논문 채점자는 모벌리와 캠브리지 대학교의 또 다른 지혜문학 전문가인 캐서린 델(Katharine Dell)이었는데,  이번에는 모벌리가 석사과정 때와는 반대로 저의 새로운 이론이 게하르트 폰 라트의 주장과 다르다며 혹평을 했습니다. 그때가 12월 24일이었는데, 정말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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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욥기>와 최근 편집자로 참여하신 책을 보면 교회 현실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저는 사회와 교회 내에 고질적인 문제에 아파하는 한 사람의 평범한 신자입니다. 제가 유별나게 교회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 단순한 전도와 교리 교육이나 교세 확장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은 누구보다 깊이 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지만, 오늘날 대두되는 교회 세습의 문제, 제왕적 목회자의 권력구조, 자본이 지배하는 교회 상황,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혐오를 재생산하는 교회 문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학자로써 학문 연구를 통해 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강 욥기>를 집필하신 이유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욥기, 잠언, 전도서 같은 지혜문학은 설교의 단일 주제로 채택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간혹 있더라도 일부 본문을 특정 관점과만 결부시켜 해석하곤 하지요. 개별 성경의 고유한 신학 중심으로 설교하는 것을 듣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 신학계에 좋은 지혜문학 연구서들이 많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겠지요. 욥기가 한국 교회에 편만해 있는 구속사적 설교와는 무관하고, 이스라엘 역사와 특별한 접점을 찾는 것도 힘들어 결국 설교자가 본문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본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설교가 되곤 합니다.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야, 잠언 같은 경우는 반드시 잠언 1-9장의 문학적 구조와 핵심 주제에 근거해 나머지 10-31장의 개별 격언들을 이해해야 하고, 전도서는 ‘헤벨’의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그것의 컨텍스트 의미까지 정확하게 분석해야 본문의 핵심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욥기를 인내를 통해 고통 속에서 만난 하나님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욥기는 반대에 해당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이들도 어마어마한 고통을 당할 수 있다, 아무 죄 없는 사람도 극한의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욥기의 주제인 것이죠. 욥기를 본문으로 한 조엘 오스틴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인내해야 한다. 왜냐하면 반드시 축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결론이었어요. 이런 메시지를 우리는 교회 강단에서 어렵지 않게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욥기의 메시지와는 완전히 모순됩니다. 아니, 오히려 이 메시지는 욥기에서 철저하게 정죄 당하는 주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 교회 강당에서도 성경 본문과는 전혀 반대로 메시지가 전하고 합니다. 저는 이번 책에서 욥기 42장 전체에 나타난 핵심 주제와 사상을 한국 교회에 잘 정리해서 소개함으로써 생명과 진리의 말씀이 교회에서 온전히 선포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IVP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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