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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08호
  2013년 1-2월 호 (통권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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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제라블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진중한 제안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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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제가 있는 글/레미제라블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진중한 제안김병규  
     

 

레미제라블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진중한 제안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Neither Poverty nor Riches
크레이그 블럼버그 지음 | 박규태 옮김 | 신국 432면 | 19,000원

2013년 벽두에 재물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다룬 크레이그 블롬버그의 책을 보게 되니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소위 세계화라는 이름의 신자유주의 물결이 IMF를 타고 우리나라를 휩쓴 뒤 찾아온 변화들.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 이후에 또 한 번 몰아닥친 경제 상황의 급변과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들. 그 사이에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욕망, 그리고 세상을 판단하기는커녕 세상 속에서 자신들이 주도적 세력임을 앞다퉈 강변하려는 부패한 종교 기관들. 2012년 12월에 개봉한 영화 레미제라블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건 바로 1830년대 프랑스와 우리네 현재 상황이 그렇게도 흡사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내 온갖 상념들은 이런 배경을 하고 있을 것이리라. 비참한 자들이 넘쳐나는 시대, 비통한 이들이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우리는 권력이 시장과 자본으로 넘어간 시대를 살고 있다. 계층을 따지지 않더라도 경제 문제는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되었다. 더욱이 고도의 금융 자본화된 사회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조차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라는 사실은 미국발 금융 위기 사태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최첨단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와 소유의 문제에 대해, 정의와 공평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는 우리의 근원으로 돌아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성경은 부와 소유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이런 거창한 얘길 먼저 꺼내놓고 막상 책 얘길하려니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이 책은 ‘혁명적인’ 책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우리네 IMF 사태를 제외한 내 온갖 상념들의 역사적 배경이 등장하기 전인 1999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겪은 급격한 변화들, 여러 충격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책이라면 이미 서점에 넘쳐나질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본질적 질문을 탐구하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성경적’이라는 단어를 그토록 많이 쓰면서도 정작 우리는 성경을 전체적으로 살펴서 신학적 통찰을 얻는 데 힘을 쏟은 적이 없다.
저명한 신약학자 크레이그 블롬버그는, 이 책이 ‘부자가 부자를 향해 쓴 책’이라는 걸 머리말에서 먼저 밝힌다. 부와 소유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학문적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그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정직해지기 위한 싸움이라는 걸 솔직히 인정하면서, 전 세계의 빈곤 문제와 북미 및 서유럽의 양극화 현상, 환경과 에너지 문제, 실업율 증가라는 상황을 지적한다. 정원 가꾸는 데 해외 선교비의 2배의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를 위해 수입의 몇 배를 쓰는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러한 현상을 진지하게 대면해야 할 것 아니냐고 저자는 묻는다.
본서 1장(오경과 역사서)과 2장(지혜서와 예언서)은 구약의 재물관을 다루면서, 구약이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가난한 자와 연약한 자들에 대해 강조하는지를 정확히 보여 준다. 3장은 신구약 중간기의 배경과 견해들을 살피는데,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살피는 하나님에 대한 강조점은 유대교를 통해 이어지면서도 그리스-로마 배경에서 어떤 사회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신약 성경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배경 연구를 제시한다.
4장에서부터 7장까지는 신약의 재물관을 다룸으로써 성경 전체를 통시적으로 살핀다. 그래서 ‘성경 전체가’ 부와 소유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살피면서 각 장 끝부분에 요약과 결론을 제시하는데, 사회-경제적인 면모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그 상황을 잘못 해석함으로써 가져올 수 있는 문제들을 적절히 지적하며 신약 성경 본문의 가르침에 충실하려 애쓰고 있다. 복음서의 메시지를 살핀 다음 전개되는 초기 기독교의 상황은 매우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가운데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온건한 해석은 그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8장은 최종적인 결론과 적용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신약 성경이 구약이나 중간기 문헌과 달리 재물과 부를 영혼의 순종에 대한 보상으로 결코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확언한다. 성경은 가난을 결코 선하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문제를 교회가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풀어가라고 하신다. 무엇보다 성경은 재물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며, 하나님에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섬김의 영역에서 그 재물을 바르게 사용해야 하고, 영혼의 문제와 분리시켜서는 안 되며, 지나친 부나 지나친 가난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일관되게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저자의 개인적 적용이자 자신의 재물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사례는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적 재물관’이라고 하는 것이 대체로 단순히 몇몇 구절에 근거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행본 분량의 성경신학적 탐구는 우리에게 요약된 결론만 쏙 빼먹는 얌체 독자가 되기보다 성경 전체를 놓고 씨름하는 학생이 되라고 권면하는 듯하다. 쉽게 말해, ‘성경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거다. 그래서 이 책은 부와 소유에 대한 결론 자체보다 그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서의 이 책 자체가 우리에게 도전을 준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 단순히 부와 소유라는 주제에 대한 손쉬운 답변보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갈 것인지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특히 비유 연구 전문가인 저자의 장점이 가장 살아나는 신약의 비유 부분을 읽어가면 저절로 공관복음서의 메시지 전반을 정리하게 되는 부수적인 소득도 얻게 된다.
해방신학이 이전에 이미 던졌던 주제들을 복음주의자들이 곱씹게 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복음과 교회에 대한 건전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부와 소유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살펴보려 한다면, 이 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더딜지라도 한 장씩 순서대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만약 요약, 결론부만 따로 읽거나, 순서를 무시하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본다면 분명 독자들은 ‘뻔한 내용’이라고 실망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이런 주제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배워가야 진정한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권하기는,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성경과 씨름하기 위해 이 책을 읽으시라. 가능하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읽으시라. 교회에서 목회자와 함께 교회의 상황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더 좋겠다. 분량이 많고 학술적이라는 이유로 좌절하지 마시길 바란다. 한 장씩 꾸준히 읽어가면 생각보다 빨리 마칠 수 있다. 다만 인용된 성경 구절은 꼭 찾아서 읽어 보시라. 그래서 성경이 우리에게 말하게 하라.
성령께서 이 책을 통해 성경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과 눈을 열어주시길, 그래서 시대를 분별해 우리의 믿는 바 신학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시길, 진심으로 빈다.

김병규목사는 총신 신대원과 고신 신대원에서 공부했다. 책 읽고, 만들며, 소개하는 일 등 기독교 출판 관련 일을 하다 현재는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개혁교회의 목사로 있다. 이 책이 속한 원서 시리즈 New Studies in Biblical Theology의 신간이 나오면 바로 구입해 읽는 애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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