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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어워스, 15년의 편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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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국의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덕과 성품에 대해 쓴 서간집 『덕과 성품』이 2019년 새해 IVP 첫 책으로 출간되었다. 친구 새뮤얼과 조 베일리 웰스 부부의 아들이자 그의 대자인 로렌스 베일리 웰스에게 매년 보낸 편지들을 엮은 이 책은 스탠리 특유의 따뜻함 속에서도 에둘러 말하지 않는 정직한 필체로 읽는 이들의 삶을 새롭게 구성하도록 도전하고, 많은 독자들이 이에 기꺼이 응답하는 중이다.  


출간 한 달 만에 2쇄를 찍은 『덕과 성품』이 어떻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전하는 저자 인터뷰가 스탠리가 몸 담고 있는 듀크대학교 신학부 잡지인 <믿음과 리더십>(Faith and Leadership)에 실렸다. 『덕과 성품』을 번역한 홍종락 번역가의 수고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충실하고 멋진 인터뷰 전문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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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샘과 조 웰스 부부가 첫아이 로리를 가졌을 때, 아이의 대부 중 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내게 부택했어요. 물론 영광이었습니다만 나는 말했죠. “난 엉터리 대부예요.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네요.” 

그러자 샘은 그답게 이렇게 말했어요. “숙제를 하나 드릴게요. 매년 로리의 세례 기념일에 편지를 써서 아이에게 한 가지 덕을 권해 주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15년 동안 그렇게 했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나왔습니다.


책을 쓴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군요?

처음에는 그저 할 일을 했어요. 하나의 덕에 관해 7-10쪽분량의 편지를 썼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샘과 조 부부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쩌면 이 편지들을 책으로 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고 우리는 결국 그렇게 했지요. 


편지를 쓴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 쓴 편지 몇 통의 경우에는 “좋아, 난 지금 아기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한 살배기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 매해 어떤 식으로 편지를 쓰셨나요?

편지를 쓸 때마다 어떤 덕이 아이의 나이에 어울릴지 생각했어요. 시작은 ‘자비’로 했어요. 일단 아이들은 잔인하기 때문이고, 잘 생각해 보니 아이가 좀더 커서 그 편지를 읽으면―혹시 읽는다면 말이지요―자비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겠다 싶더라고요. 

두 번째 편지에서는 ‘진실함’을 다루었습니다. 당시 로리가 말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때는 거짓말도 함께 배우지 않습니까. 로리를 거짓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었어요. 이런 식으로 매번 아이의 인생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면과 관련한 덕을 생각해 보려 했습니다.


덕에 관해 더 말하기 전에, 교수님과 로렌스의 관계에 관해 좀더 듣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대부가 되어 편지를 쓰기 시작하셨을 때, 웰스 가족은 영국에 살고 있었고 나중에는 이 곳 더럼으로 와서 몇 년을 지냈지요.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내 폴라와 내가 영국으로 갈 일이 생기면 그 기회를 이용해서 서로를 알아갔어요. 우리 부부는 매년 아일랜드를 방문하는데, 때로는 영국 본토를 거쳐서 가기도 했지요. 샘은 내 책들을 다룬 책을 썼고 박사 논문도 그에 관해 썼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상황이었어요.  


웰스 부부는 아이의 대부가 되어 달라고 내게 청했고, 나는 이러저러한 방문을 기회 삼아 로리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해 보려 했어요. 그러다 아시다시피 샘과 조가 듀크 대학교 예배당과 신학부에서 직책을 맡기 위해 (미국으로) 이사를 왔고, 우리는 서로를 아주 잘 알게 되었지요. 덕분에 나는 로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로리와 내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나는 일흔일곱의 노인이에요. 로리는 열다섯, 열여섯이고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될 거라 생각하면 어리석지요. 우리는 다함께 모여 식사한다거나 같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우리의 관계는 현재 그 정도 상태예요. 로리가 더 크고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죽으면, 로리는 우리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쉽지만 나로선 알 수가 없네요.


이 책은 매년 한 통씩 쓴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편지는 2002년 10월 로리가 세례를 받는 날짜에 맞춰서 썼고 이후 한 해에 한 가지씩 14가지 덕을 다루다가 성품에 대한 편지로 끝을 맺고 있어요. 첫 번째 덕 자비에 대해 좀더 얘기해 주세요.

나는 각각의 덕을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 나는 우리 하나님이 자비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자비이십니다. 


대부분은 자비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거예요. 자비는 사랑을 분명히 포함하는 근본적 존재 방식이에요. 하지만 또한 자비는 우리가 서로에게 상당히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함과 동시에, 자비롭게 대접받는 일은 선물임을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해요. 나는 자비의 덕으로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아이들이 잔인하다고 한 말은 아이들이 잔인하게 구는 데 도가 텄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 싶어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말로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 싶어 해요.’


가장 중요한 덕은 무엇일까요?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책에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나에게는 인내의 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사실입니다. 인내가 가장 중요한 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내는 어려움 앞에서 기다리는 법을 알아내겠다는 그리스도인의 다짐을 이끌어내는 종말론적 덕으로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결국 인내는 폭력적인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평화롭게 살겠다고 다짐하게 만듭니다. 


교수님이 이 책에서 다루시는 다양한 덕은 서로 어떻게 이어지고 어우러집니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우선 여러 덕의 개별화에 대해 말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덕의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말할 수 있었지요. 

그 다음, 이 덕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에게 용기가 생긴다면, 그 용기는 절제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 지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아주 이해하기 쉽습니다. 덕의 윤리나 아리스토텔레스나 아퀴나스 등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 등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상당한 지적 판단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개념적 관심사를 갖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대부모가 되려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누구나 읽어 보고 싶을 만한 덕에 관한 입문서인 것 같습니다. 성품 형성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성품 형성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이것을 하라’는 식으로 성품 형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삶의 특성 자체가 덕의 습관을 갖추게 해 주는 자원이라고 말하지요. 몸은 여러 면에서 우리를 덕의 삶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편지를 2017년 1월 31일에 쓰셨고, 여기에서 성품을 다룹니다. 이 편지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나는 “성품과 신학적 윤리학의 문제”(Character and the Problem of Theological Ethics)라는 박사논문을 쓰는 것으로 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이후 50년간 덕과 성품에 대해 글을 썼어요.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여전히 성품이 무엇인지 안다는 확신이 없다고 적었지요. 샘은 내게 “성품은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품에는 결과에 개의치 않고 참된 삶을 살아내겠다는 불굴의 정신이 담겨 있어요. 나는 성품에 관해 이런 식으로 쓰려고 시도했습니다.


2002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의 편지들은 시간의 경과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라크 전쟁, 경제 불황,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등 편지를 쓸 당시의 사안들이 자주 언급되거든요. 그 편지들이 다루는 덕들은 그 시기와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무슨 말을 해 줄까요?

로리에게 우리가 역사 속 어디쯤에 있는지 느끼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썼어요. 역사 속 우리의 위치를 말할 수 있으면 특정한 덕들이 그 시기에 왜 필요한지 말할 수 있거든요. 로리가 시대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인물이 되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것은 아주 의도적 선택이었죠. 짧은 단락 하나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우리는 바로 여기에 있어. 그리고 나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헤쳐 나가기 위해 이것을 시도하고 있지.”

나는 삶의 우연적 특성과 우리가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교수님 개인적으로는 어떠십니까? 첫 번째 편지를 쓰셨을 때 예순둘이셨고, 지금은 일흔일곱이십니다. 이 생각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죽음이지요.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이제 60대란다. 죽음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지.” (실제로 출간된 책에 이 문장은 편집되어서 실려 있지 않다--편집자주)

그렇습니다. 죽음이 내게도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내 삶에서 지속성 있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그러면 웰스 가족과 우리 부부가 누린 훌륭한 우정이 떠올라요. 너무나 멋진 우정입니다. 웰스 가족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이 책이 교수님의 모든 저작을 다시 다루거나 그 내용을 재현하거나 요약하는 면이 있다면 어느 정도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의 초기 저작은 덕과 덕의 재발견에 대한 내용이었지요.

전에 다룬 것을 다시 다룬다는 느낌도 있고 늘 해 오던 일을 계속한다는 느낌도 있어요. 내 연구 활동 전체가 이 책보다는 두껍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겁니다.


로리의 세례에 맞춰 쓴 첫 번째 편지에서 교수님은 “너의 대부로서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야. 너에게 절대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마”라고 쓰셨어요. 두 번째 편지에서는 진실함에 대해 쓰셨지요. 성품을 다룬 마지막 편지에선 “우리는 공적 생활과 정치에서 진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접어든 것 같아”라고 하시고 로리에게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가지 단순한 권고를 하셨어요.

“거짓말하지 말아라.” 

이 말은 언제나 내 자신과의 아주 중요한 약속이었어요. 우리가 거짓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런 일이 가끔 벌어지기는 합니다만, 보통은 거짓이 우리에게 “말하지요.” 그래서 거짓이 우리에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기술을 삶에서 개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도전입니다. 덕은 그것의 일부지요.


첫 번째 편지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나는 네가 어려움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말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리스도인이 진실을 말한다면, 그의 삶에는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건 기정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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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워어스(Stanley Hauerwas) 


존경받는 신학자이자 윤리학자다. 1940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사우스웨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후 오거스태나 대학교, 노터데임 대학교를 거쳐 2013년 은퇴할 때까지 듀크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쳤다. 2001년 인문학 분야에서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기포드 강좌 강연자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 「타임」지에서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듀크 대학교 신학부 및 법학부의 길버트 로우 명예 교수로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연구해 온 신학의 흐름, 삶의 깊은 상처들마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는 회고록 『한나의 아이』(IVP)는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2010년 종교 분야 최고의 책, 「허핑턴포스트」가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종교 서적 10권 가운데 한 권으로 꼽혔다. 국내에 소개된 다른 저서로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장 바니에 공저, IVP),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윌리엄 윌리몬 공저) 『십계명』『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이상 복있는사람), 『십자가 위의 예수』(새물결플러스), 『교회됨』(북코리아), 『신학자의 기도』(비아) 등이 있다.

IVP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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